윤정희 알츠하이머 투병

안타까운 윤정희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배우 윤정희(75)가 10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3)가 고백했습니다. 

10일 백건우의 국내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윤정희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은 영화계와 클래식음악계의 가까운 지인만 공유하던 비밀이었으나 이날 백건우와 그의 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백하며 알려지게 됐습니다.

백건우는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입니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었다”며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 동생과 분간을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백진희는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내가 ‘엄마’ 하면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되묻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정희는 지난 5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요양 중이습니다. 백진희가 어머니를 돌보고 있습니다.

백건우-윤정희 부부는 ‘잉꼬 부부’로 유명합니다. 길을 걷을 때 백건우는 여전히 윤정희의 가방을 들고, 아내의 손을 잡습니다. 클래식음악 관계자는 “백건우가 파리에서 요양 중인 윤정희를 생각하며 허전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정희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통했던 톱배우입니다. 320편의 영화에 출연했죠. 최근작은 2010년 영화 ‘시’(감독 이창동)이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윤정희는 홀로 손자를 키우며 늦은 나이에 시를 배우는 할머니 ‘미자’를 연기, 국내 영화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고, LA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도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자’는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역이였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처음부터 윤정희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자라는 이름은 윤정희의 본명입니다.